2025년 7월 30일 USDL에 합류한 지 8개월 만에, 실험하고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논문이 마침내 Applied Physics Letter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석사과정 시절, 인생 첫 논문을 APL에 게재하였었는데, 1저자로서 두 번째 논문을 같은 저널에 실었다. Spintronics 연구를 더 하고 싶다는 욕심에 회사를 나와서 현재의 훌륭한 지도교수님을 만났고, 하고 싶었던 실험을 하며 여러 실험 테크닉을 배우는 과정에서 얻어낸 첫 결과라 기분이 좋다. 물론, 연구실의 많은 동료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는 유빈이와 박민규 박사님이 고안했고, 유빈이가 초기 실험을 진행했으며, KRISS의 여러 박사님들 덕분에 중요한 실험을 수행하고 배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역할을 했을까?
연구실에 적응하던 첫 주, 유빈이가 “이거 한 번 해봐”라며 건넨 주제를 시작으로, 실험부터 데이터 정리, 분석, 글쓰기까지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잠시 잊고
있던 실험 감각을 되찾았고, USDL의 구성원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다.
이제 논문 이야기를 해보자.
열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은 에너지 분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태양광 패널이 빛을 전기로 바꾸듯이, 열도 전기로 바꿀 수 있는데, 그 중 한가지를 소개하자면 네른스트 효과(Nernst effect)이다. 네른스트 효과는 외부 자기장(B)이 가해진 금속에 수직 방향의 온도 구배(∇T)가 존재할 때, 외부자기장과 온도구배의 수직한 방향으로 전기장(E)이 생겨 전압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자성체, 즉 자석 성질을 가진 물질에서는 외부 자기장이 없어도 된다. 왜냐면 자석 자체가 가진 자화(M)가 자기장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 나타나는 현상을 비정상 네른스트 효과(Anomalous Nernst Effect, ANE)라고 부른다. 이 논문은 계면에서 유도되는 PMA가 비정상 네른스트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다. 자기 이방성(magnetic anisotropy)이란, 자화가 특정 방향을 더 선호하는 성질을 말한다. 에너지적으로 안정한 방향이 ‘수직’이면 수직 자기 이방성(PMA), ‘수평’이면 수평 자기 이방성(IMA)이라고 부른다.
벌써 논문의 절반은 이해한 셈이다. 해당 논문에서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자기 이방성을 조절하면 ANE 크기도 변할까?”
결국 이 연구는 “자기 이방성이 ANE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를 알아본 것이다. 해당 질문에 답변하기위해서 우리는 수십 μm 스케일의 소자를 제작했고, VCMA 사용해서 자기 이방성을 조절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사용한 스택은 MgO/Ta/CFB/W 구조로 PMA가 있는 스택이고, 해당 PMA는 Fe의 3d 오비탈과 O의 2p 오비탈의 hybridization으로 생겨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장을 걸어주게 되면 Fe–O 결합의 세기를 달라지게 만들어 줄 수 있고, PMA의 크기를 변화시켜 줄 수 있다. 사실 VCMA의 실험적으로 확인된 메커니즘은 몇 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로써 오비탈이 있는것이고, 어떤 시스템에서 전기장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 인가는 다양한 논의가 있다. 한편, KRISS 양승모 박사님 그룹에서는 VCMA를 활용하여 PMA를 조절하고 이를 Magnetic texture에 적용시켜서 다양한 연구들을 보고 하셨다. 나는 해당 그룹에서 film을 받았고, 소자를 만드는 과정을 배웠다. 이때의 PMA 변화 메커니즘은 수소가 관여 되어있는 산화/환원 반응에 기인한다. 즉, Proton-mediated VCMA인 것이다.
실험은 쉽게 해볼 수 있었다. 고자기장이라고 불리우는 전자석 셋업에서 Gate voltage에 따라서 자기 이방성을 측정하였고, Heater에 전류를 흘려주어 joule heating을 발생시키고 ANE, AHE도 함께 측정하였다. Voltage를 반복해서 넣어주며 PMA를 최대 30~40% 조절한 뒤 초기 상태와 ANE 변화를 정리했다. 실험 결과 PMA가 30~40% 이상 조절되었음에도 ANE 변화는 3~5% 이내였다. 즉, 우리가 바꾸는 변수는 voltage이고, CFB/MgO의 계면의 화학 상태를 바꿔서 계면에서 유도된 자기 이방성이 ANE 크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작음을 보여주며, 오히려 ANE의 감소가 AHE의 감소와 비슷한 order로 조절되는 것으로 판단했을 때 intrinsic (Berry curvature) 혹은 skew scattering 같은 다른 물리적 메커니즘이 더 지배적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anisotropy를 조절함에 따라서, ANE의 크기가 dramatic하게 바뀌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충분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실험을 하면서 μm 스케일의 소자를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electrical 하게 신호를 읽어내고, MOKE로 stripe domain 분석도 해보고 heater에 전류를 흘렸을 때, 얼마만큼의 온도가 올라가는지 실험으로 증명하는 방법도 배웠다. 만일 해당 주제를 더 깊게 연구한다면, MgO/Ta/CFB/W 구조에서 얻은 결론이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System에서 실험하거나, ANE 변화량이 AHE 변화량과 비슷하니, intrinsic 혹은 extrinsic 메커니즘인지 온도에 따른 scaling law 그래프(σ_xy vs σ_xx)를 그려보는 방향도 좋을 것 같다. 끝으로, Proton-mediated VCMA는 좋은 tool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에 적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은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주제에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 나는 지금 Quantum Jump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 정세엽
E-mail : seyeob.jeong@kaist.ac.kr
To cite this article:
S. Jeong et al 2025 Appl. Phys. Lett. 125 0277555
DOI:
https://doi.org/10.1063/5.0277555